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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07 11:37

교육 대운하(?) 일제고사

 

강 용 근
전교조 부산지부 정책실장 


이명박 정부는 대선 공약으로 “학교 교육 만족 두 배, 사교육비 절반” 을 국민에게 약속했다.
대통령 취임사에서도 교육복지로 가난의 대물림을 끊겠다고 공언하였다. 그리고 “서민교육정책”을 교육 슬로건으로 하고 “모두를 배려하는 교육, 교육비 부담 없는 학교”로 만들겠다고 하였다. 전국의 모든 교육청·학교 홈피에 팝업창을 띄워 이를 적극 선전·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서민교육정책”은 한마디로 대국민 사기이고 거짓말이다.
모든 것을 거꾸로 해석하면 이해가 빠르다. 정부 출범 후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학교에 대한 만족도가 올라가기는커녕 불만만 쌓여가고 있고, 사교육비는 오히려 더 늘었다. 학생·학부모·교사 모두가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학교현장은 지금 폭발 직전이라고 한다. 작년 촛불소녀들이 외쳤던 ‘미친 교육’이 되어버린 것 같다.

사실 일제고사는 낯선 풍경이 아니다.
일제고사란 말 그대로 같은 또래의 학생들을 동일한 문제로 일제히 시험을 친다는 것이다. 그 동안 우리는 숱한 일제고사를 쳐 왔다. 대표적인 것이 수능고사이고, 고입연합고사다.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는 국가가 주관하는 시험에 익숙해져 왔다. 작년 10월·12월의 학업성취도 평가 성적 공개는 성적조작·부풀리기가 일어나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다. 지난번에 교과부가 재채점 결과를 발표했는데 65만장의 답안지가 분실·폐기되었고, 채점과정의 오류가 1만 6천 건 가까이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는 표집평가를 전수평가로 전환하면서 일어난 일이다.
그런데도 교과부는 올 3월 ‘진단평가’라는 이름으로 일제고사를 강행하였고, 10월 13~14일 초6·중3·고1을 대상으로 학업성취도평가를 실시한다고 한다. 이번에 교과부는 작년과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평가관리체제를 엄격하게 한다고 한다. 초·중·고 모두 표준화된 OMR카드를 사용하고, 시험 감독은 복수로 하며 단위학교 채점방식에서 교육청 단위 일괄채점방식으로 바꾼다고 한다. 표집 학교의 답안지는 교육과정평가원에서 처리하고 나머지는 시·도 교육청이 엄격하게 관리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초등학교에서는 전담교사를 감독으로 차출하면서 담당수업 파행이 예상되고 있고, 중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을 시험 감독관으로 동원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일제고사를 이틀에 걸쳐 시행하는 것도 문제가 많지만 수백 명의 교사들을 2박3일 동안 동원하면서 예상되는 수업 결손은 더욱 문제이다. 공교육의 강화라는 일제고사의 목적이 무색해진 상황이다.

이렇게 평가관리체제를 엄격하게 하더라도 일제고사의 반교육성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파행적인 교육과정 운영이다. 지난 1년 동안 전국적으로 수많은 파행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많은 지역의 중학교에서 강제 보충수업·자습이 등장하였고, 초등학교에서도 보충수업·문제풀이 수업이 나타나고 심지어 방학보충수업이 등장한 지역도 있었다.
또한 일부 학교에서는 일제고사 성적을 수행평가에 반영한다고 하며 12월 일제고사를 기말고사로 대체하는 중학교도 나타나고 있다. 중간·기말고사의 출제범위를 일제고사의 범위와 일치시키는 학교도 있었다. 사전 문제풀이 수업, 모의고사 연습 등을 실시하는 학교도 등장하고 있다.
총체적으로 학교가 문제풀이에 집중하고 있고, 중학교를 넘어 초등학교까지 입시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왜 이명박 정부의 일제고사가 문제인가?
그것은 일제고사의 목적이 겉과 속이 다르기 때문이다. 교과부가 발표한 일제고사의 목적은 기초학력이 부진한 학생을 판별하여 그들에게 학력증진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상향평준화를 도모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성적을 공개하고 나면 대부분의 국민들은 지역 간 학교 간 서열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 일제고사는 전국의 학교와 학생을 일렬로 줄을 세우는 현상을 일어나게 만든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가진 왜곡된 교육 평가관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로 인해 전국의 모든 학교·학생이 불필요한 경쟁에 내몰리게 된다. 결국, 기초학력이 부진한 학생보다 어느 학교가 어느 지역이 더 상위의 성적을 내고 있는 가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이를 위해 시·도 교육청과 학교는 파행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이 이것을 반증한다.
사실 학력의 격차는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고, 그 동안 많은 연구자들에 의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매우 상관관계가 높다는 것이 알려져 왔다. 부모의 사교육비와 학생의 성적이 정비례한다는 것이 밝혀져 왔던 것이다. 굳이 일제고사로 지역·학교별 서열을 매기지 않더라고 이미 상식처럼 나타나 있었던 것이다.
이번에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수능성적을 분석한 자료에서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정부의 주장대로 열악한 지역에 대한 지원을 위한 평가라면 이미 그 동안의 표집평가만으로도 충분히 조사·분석되어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막대한 예산을 지출하면서까지 일제고사를 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일제고사를 강행하고 결과를 공개하는 것은 지역·학교 간 학력격차를 기정사실화하여 차별교육을 정당화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기 위한 의도로 읽혀진다. 사교육의 효과를 공교육 내에서 일제고사로 확인하여 교육의 계급화를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다.
말하자면, 교육을 통한 계층상승의 기회를 박탈하여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재생산하고자 하는 욕구의 표현인 것이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가 일제고사를 강행하는 것은 교육의 국가통제권을 강화하여 교육을 통제하기 위한 목적을 숨기기 위함이다. 전국의 학교를 한 줄로 세워서 서열화를 조장하고 경쟁을 유발하여 행·재정적 인센티브나 불이익을 유인책으로 학교를 보다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므로 일제고사는 이명박 교육정책의 핵심 키워드인 것이다. 교육재정을 더 투자하라는 국민적 요구를 “선택과 집중”이라는 미명하에 경쟁을 조장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하기 위해 국민적 저항에도 불구하고 일제고사를 강행하는 것이다. 일제고사는 상위 1%를 위한 이명박 정부 교육의 핵심정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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