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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01 11:05

<오도엽 시인의 전태일 읽기> 바보 전태일이 되자!


 
 오 도 엽


여기 한 청년이 있습니다. 스스로를 바보라 여긴 청년. 그의 이름은 전태일(1948. 9. 28-1970. 11. 13)입니다.
스물둘의 짧은 삶을 살았던 전태일의 목소리는 마흔 해가 지난 오늘날에 더욱 큰 울림이 되어 요동치고 있습니다.

해방 직후에 태어난 전태일은 지지리도 가난해서 초등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습니다. 신문팔이, 우산장사, 삼발이 장사, 구두닦이, 손수레 뒤밀이, 밤거리를 돌며 담배꽁초를 주워 팔기도 한 ‘거리의 천사’였습니다. 어린 시절 전태일은 밑바닥 생활을 온몸으로 겪으며 자랐습니다.

“나는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감정에는 약한 편입니다. 조금만 불쌍한 사람을 보아도 마음이 언짢아 그날 기분은 우울한 편입니다. 내 자신이 너무 그러한 환경들을 속속들이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 전태일의 일기장에서”

전태일의 삶을 우리가 기억하는 까닭은 그가 남긴 ‘사랑’에 있습니다.
늦은 밤 잔업을 마치고 공장을 나온 전태일은 열서너 살 여공들이 배고파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의 호주머니에 있는 버스비를 털어 여공들에게 풀빵을 사줍니다. 자신은 차비가 없어 두세 시간을 달려 집에 가야 했습니다. 때론 통행금지에 걸려 파출소에 자기도 했습니다.
전태일의 어머니가 묻습니다. “너 요즘 왜 이리 늦게 다니냐?” 전태일은 천연덕스럽게 대답합니다. “엄마, 내 막내 동생과 같은 여공들이 도시락을 싸오지 못해 점심시간에는 화장실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물배를 채우며 하루에 열다섯 시간 씩 일을 해요. 그래서 버스비로 풀빵을 사주고 뛰어서 집에 오느라 늦었어요.”

어디 그뿐입니까? 전태일은 미싱사로 일하다가 재단보조가 됩니다. “엄마, 제가 재단사가 되어야겠어요. 재단사가 되면 어린 여공들을 도와줄 수 있을 거예요. 재단사가 되려면 재단보조에서 다시 시작해요. 그러면 월급이 턱없이 줄어들어요.” 미싱사로 받을 수 있는 월급을 포기하고 전태일은 재단보조로 일하다 재단사가 됩니다. 하지만 얼마가지 못해 전태일은 공장에서 쫓겨납니다.

어린 여공들 대신 밤에 작업장 뒷정리를 하는 재단사를 사장은 예쁘게 보지 않았습니다. 아픈 여공이 있으면 제 월급을 털어 약을 사주고 집에 보내는 재단사 전태일은 사장의 눈에 곱게 보이지 않습니다. 지친 여공이 있으면 잔업도 철야도 시키지 않고 집에 보내니 사장은 재단사 전태일을 그저 지켜 볼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전태일은 공장에서 해고가 됩니다. 전태일은 바보입니다.

“우리는 당당하게 인간적인 대접을 받으며 살 권리가 엄연히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태껏 기계 취급을 받으며 업주들에게 부당한 학대를 받으면서도 바보처럼 찍소리 한번 못하고 살아왔다. 그러니 우리 재단사들의 모임은 바보들의 모임이다. 이것을 우리가 철저하게 깨달아야 하며 그래야만 언젠가는 우리도 바보 신세를 면할 수 있다. …… 노동운동을 하겠다고 설치는 놈은 ‘바보’라고 했다. 그렇다면 좋다. 우리가 한번 바보답게 되든 안 되든 들이박아나 보고 죽자. - 전태일의 바보회 제안 내용”

재단사 전태일이 어린 여공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보잘 것 없었습니다. 그 보잘 것 없는 일마저 해고의 사유가 되었습니다. 이 무렵 전태일은 아버지 전상수에게 ‘근로기준법’이 있다는 걸 들었습니다. 근로자를 위한 법이 있다는 사실에 전태일은 뛸 듯이 기뻤습니다. 전태일은 근로기준법을 밤낮으로 품고 살다시피 했습니다. 학교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전태일은 한자투성이 법전을 읽는 게 너무도 힘들었습니다. ‘대학생 친구 한 명만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절로 났습니다.

근로기준법을 읽은 전태일은 “이렇게 좋은 규정을 모르고 찍소리 못하고 살아왔다니, 나는 참 바보였다”고 한탄하였습니다. 그는 스스로를 바보라고 여기고, 재단사 친구들과 함께 ‘바보회’라는 모임을 꾸립니다. 바보회 회장으로 뽑힌 전태일은 명함을 가지고 다니며 평화시장 노동자들을 만났습니다. 바보회는 훗날 ‘삼동친목회’로 새롭게 꾸려져 평화시장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기업가들의 부당노동행위를 막는데 힘씁니다.

전태일은 평화시장의 근로조건은 재단사가 온정을 베풀어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습니다.
전태일은 정부와 기업가에게 진정을 하여 근로조건을 개선하려고 혼신을 바쳤습니다. 전태일은 재단사 친구들과 함께 평화시장 노동자를 상대로 작업환경 설문 조사를 하였습니다. 또한 근로감독관과 대통령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정부 관리들이 평화시장의 현실을 몰라 작업장에 대한 관리 감독도 하지 않고 방치해둔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보잘 것 없는 바보 전태일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곳은 어느 곳도 없었습니다.
전태일은 근로기준법을 지키며 노동자에게 인간다운 대우를 해주는 모범공장을 만들려는 사업계획을 세웁니다. 사장이나 관계당국에 아무리 호소해봐야 들어주지 않으니 직접 모범공장 만들어 운영하겠다는 생각입니다. 모범공장이 근로기준법을 지키면서 이익을 남길 수 있다는 걸 직접 보여주려고 한 것입니다.

문제는 사업자금이었습니다. 전태일은 1970년 3월 24일 중앙일보 사회면에 실린 어떤 실명자에 대한 기사가 난 것을 보고 자신의 눈을 기증하겠다는 편지를 보냅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전태일의 사람됨을 믿고 모범공장에 투자를 할 독지가가 나타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편지는 반송이라는 붉은 도장과 함께 전태일에게 되돌아왔습니다.
어린 여공에게 온정을 베풀어도, 대통령과 근로감독관에게 청원을 해도 ‘인간, 최소한의 권리’를 찾고자 하는 전태일의 소박한 꿈은 이룰 수 없었습니다. 자신의 신체 일부를 바쳐 직접 근로기준법을 지키는 ‘모범공장’을 운영하려 했지만 세상은 이 절실한 청년의 바람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결국 전태일은 ‘완전에 가까운 결단’을 합니다.

“이 결단을 두고 얼마나 오랜 시간을 망설이고 괴로워했던가? 지금 이 시각 완전에 가까운 결단을 내렸다. 나는 돌아가야 한다. 꼭 돌아가야 한다. 불쌍한 내 형제의 곁으로 내 마음의 고향으로, 내 이상理想의 전부인 평화시장의 어린 동심 곁으로. 생生을 두고 맹세한 내가, 그 많은 시간과 공상 속에서, 내가 돌보지 않으면 아니 될 나약한 생명체들. 나를 버리고, 나를 죽이고 가마. 조금만 참고 견디어라. 너희들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하여 나약한 나를 다 바치마. 너희들은 내 마음의 고향이로다. …… 오늘은 토요일. 8월 둘째 토요일. 내 마음의 결단을 내린 이날, 무고한 생명체들이 시들고 있는 이때에 한 방울의 이슬이 되기 위하여 발버둥 치오니 하나님, 긍휼과 자비를 베풀어주시옵소서. - 전태일의 일기장에서”

전태일은 1970년 11월 13일 평화시장 앞길에서 한줄기 불꽃으로 타올라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내 마음의 고향으로, 내 이상의 전부인 평화시장의 어린 동심 곁으로’ 갔습니다.
1970년 전태일의 외침은 해방이후 한국사회에 던진 최초의 ‘인간선언’입니다. 사람보다는 돈과 권력이 최고의 가치로 평가받는 물질만능과 경쟁으로 얼룩진 오늘날 한국사회에 절실히 필요한 정신이 바로 전태일의 ‘인간선언’입니다.

여기까지는 이미 여러분도 다 아는 전태일의 삶입니다.
사십 년이 다 된 이야기를 다시 들으며 무슨 생각이 드셨나요? 저는 왠지 과거의 일처럼 여겨지지 않습니다. 육칠십 년대 ‘시다’라고 불린 어린 여공들은 지금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에서 차별과 소외를 받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미명 아래 불완전한 노동과 불완전한 삶이 만연된 요즘 전태일의 ‘사랑’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대기업 노동자는 전태일이 되어야 합니다. 자신의 차비를 탈탈 털어 풀빵을 사주던 전태일 말입니다.
정규직 노동자는 전태일이 되어야 합니다. 재단사가 되어 시다의 고통을 품어 안던 전태일 말입니다.
노동조합 간부와 노동운동 지도자는 전태일이 되어야 합니다. 스스로 바보가 되어 ‘평화시장의 어린 동심 곁으로’ 녹아들어간 전태일 말입니다.

전태일처럼 살아야 합니다.
전태일처럼 살 때 민주노총의 위기나 노동운동의 위기라는 말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겁니다.
전태일처럼 살 때 민주노총이 일하는 사람의 희망이 되고 서민들의 벗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제 전태일을 다시 읽어야 합니다.
다시 읽되 올바로 읽어야 합니다.
전태일을 눈으로 읽고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읽고 몸으로 행동해야 합니다. ‘죽은' 전태일 정신을 계승한다고 입으로 외칠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살아있는' 전태일이 되어야 합니다. 내가 전태일이 되어 이십일 세기 ‘시다’들의 삶 속에서 사랑의 불꽃으로 피어나야 합니다.

전태일의 어머니 이소선은 말합니다.
“내 아들 태일이는 열사도 투사도 아니야. 그저 그 누구보다도 사람을 사랑했던 사람이야. 태일이를 열사라 부르지 마. 동지라고 불러줘. 늘 내 곁에 그리고 우리 곁에 함께 있는 벗처럼 동지라고 불러줘.”

맞습니다. 이소선은 아들 전태일과 나눈 마지막 약속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노동자의 어머니가 되었습니다. 엄혹했던 독재의 시절에 ‘내 몸이 가루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노동자와 소외받는 이의 곁을 떠나지 않았던 이소선은 여든의 노구를 이끌고 지금도 용산 참사 현장으로 쌍용자동차 농성장으로 지팡이를 짚고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아들 전태일을 “끔찍이 사랑했던” 이소선은 아들과 못다 나눈 사랑을 이 땅에 소외받고 있는 이들과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전태일과 함께 이소선을 함께 읽어야 합니다.

내년이면 전태일이 우리 곁을 떠난 지, 아니 전태일이 우리 가슴속에 아로 새겨진지 40년이 됩니다. 그리고 한 달 남짓 뒤에는 ‘전태일 정신을 계승하는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릴 겁니다. 아직도 전태일은 우리의 가슴을 찾아와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고 외칩니다. 진짜 헛되지 않도록 내가 전태일이 됩시다. 기꺼이 바보가 됩시다.




<전태일 평전 이어 읽기 운동, 전태일 평전 독후감 공모>

하나. '전태일 평전' 공동 구매 합시다!
☞ 10월 7일까지 민주노총 부산본부 교선국으로 신청하세요^^

둘. 전태일 평전 이어 읽기 운동 함께 해요!
단위 사업장은 별첨과 같이 전태일 평전을 구매해 사업장 내에서 이어 읽기 운동은 12월까지 진행한다. 도서 구매량 중 5%는 민주노총 부산본부에 기증.

셋. 전태일 평전 일고, 독후감도 쓰고, 선물도 받아가요!
☞형식, 분량 자유입니다. 11월 13일 늦은 6시까지 자필로 작성한 독후감 원고를 민주노총 부산본부 교선국으로 보내주시면되겠습니다.
상품 1등(미니노트북), 2등(PMP), 참가상(5만원상당 문화상품권)


<이소선 어머니에게 듣는다>

전태일 열사정신 계승을 위해 이소선 어머니에게 직접 얘기를 듣는 시간을 가져보고, 열사정신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가져봅시다.

☞언제 : 11월 4일 (수)요일, 늦은 저녁 7시

☞어디서 : 민주노총 부산본부 2층 대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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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서 서로를 일단 정상인으로 간주해야 대화가 성사됩니다. 만약에 한쪽이 칼을 쥐고 덤벼든다면 대화는커녕 분쟁만 야기될 뿐입니다. 칼을 놓고 상대할 때만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교제가 성사될 것입니다. 사람들은 생각하기를, 하나님도 이런 식으로 좋은 분위기 속에서 인간을 구원을 주시리라고 여깁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이런 인간들의 요구를 묵살하십니다. 도리어 사람들에게 비방을 받게 되는 어떤 분을 보내십니다. 그리스도를 비방하는 그 이유는 순전히 인간 쪽에서부터 도출됩니다. 인간들이 못마땅한 것이 있기 때문에 하늘에서 오신 분을 비방하게 됩니다. 인간들이 예상하지 않는 다른 방식으로 구원을 말하게 되니 사람들은 그 분을 비방하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 비방으로 인하여 세상이 무너지고 일어나는 기준으로 자리 잡게 된다는 겁니다. 즉 비방이 없으면 하나님의 구원의 기준도 세워지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인간의 비방을 기다리고 계신 겁니다. 비방할 수밖에 없는 속성을 인간들이 다 지니고 있음을 익히 아십니다. 그것을 가지고 ‘표적’이라고 합니다. 표적이란 내부에 있는 성질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의 내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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