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2009.08.31 11:05

예선 노동자들은 지금 투쟁의 바다를 항해중!

점심밥을 먹고 나른한 오후 전화 한통을 받았다.
‘ 그냥 시민인데요...‘하고 조심스레 말을 꺼내시던 그 분은 아마도, 출근길인지 혹은 퇴근길인지, 예선 노동자들이 건냈던 유인물을 받아 보았던 모양이다.
아직도 이런 곳이 실제로 있다는 사실에 너무 놀랍다며, 유인물을 만들 때 연락처와 계좌번호도 함께 넣어달라는 얘기였다.
투쟁하는 현장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힘들지만, 작지만 다른 방법으로도 도움을 줄 수 있지 않겠냐는 그분의 마음이 따뜻하게 전해졌다.
다음번 예선 노동자들을 만나면 꼭 전해드려야겠다.
현장에서 투쟁하는 이들에게 이런 한마디가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모른다.

예선 노동자들의 파업이 오늘로써 22일차가 되었다.
요즘은 파업한번 시작하면 한달이고 두달이고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보니, 22일이라 하니 아직 갈길이 한참이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드니 큰일이다.
6월 24일 노동조합을 설립한 후 거의 한달 여 만에 파업까지 이어가고 있는 예선 노동자들은 파업이니 집회니 ‘투쟁’에 있어서는 아직도 초보 조합원들이지만 이들 중 대부분이 오십을 훌쩍 넘기고 거친 바닷바람 맞으며 배위에서 살아온 30년 경력의 베테랑 마린보이들이다.
하지만 칼바람과 넘실대는 파도에 그을린 구리빛 얼굴과 다부진 몸이 어느 청년들 못지 않게 든든해 보인다.
그래서인지 투쟁의 현장에서 만나는 예선 노동자들은 늘 활기차고 씩씩한 모습이다.
집회나 문화제를 하는 자리에서는 언제나 줄맞춰 앉아 어깨각까지 세워 앉아 있는 모습이 오히려 귀엽기까지 하시다.

예인선 노동자라고 하면 다소 생소하다. 예인선은 뭐고, 무슨일을 하는 것일까?
항구에 들어온 큰 배들은 스스로 부두에 정박할 수가 없다. 큰 배들은 항구 앞에서 예인에선에 의해 부두에 접안해야 하는데, 이때 예인선이 큰배를 밀거나 당겨서 목적한 위치에 정박시키는 일을 한다. 출항할 때도 마찬가지로 다시 예인선으로 항구 앞까지 이동시키는 일을 한다. 그 밖에도 항상 부두에서 24시간 대기하며 배수리도 하고 배에 페인트 칠도 한다.
그리고 2명이서 24시간을 근무하다 보니 휴가따위는 꿈도 꾸지 못한다.
어쩌다 집에 경조사가 있어 며칠 쉬고 오는 날에는 그동안 남아 있는 동료가 혼자서 몇날 몇일이고 근무를 해야 하는 것이다. 36시간이고, 48시간이고...
함께 일하는 짝이 올때까지 몇날 몇일이고 북박이를 해야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쉬러 갔던 사람은 편한가? 그것도 아니다. 복귀하는 그 순간부터 그동안 쉬었던 날만큼 또 꼽배기 근무를 서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휴가 갈 엄두가 나겠는가?
남들 다 가는 여름휴가는 꿈도 못 꿀 일이며, 심지어는 집안이나 친구들의 경조사도 맘 편하게 가지 못한다.

이런 예인선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하자 예선사들은 “선장은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는 노동부의 질의회신을 앞세워 선장들이 노조를 탈퇴하지 않으면 교섭에 응할 수 없는 입장을 전달해왔다. 한국예선협동조합이 질의한 내용에 대한 노동부 답변도 선원법에 근거하고 있다.
이에 한 선장은 “ 여태껏 손톱만큼도 선장이라도 대우해 준적도 없으면서 이제 와서 선장이라도 사용자라고 남들 다 하는 노동조합 못한다니 무슨 이런 개 같은 경우가 다 있나. 배안에 물건 한가지도 마음대로 옮기지 못하고, 사무실 일하는 직원들 지시까지 따라야하는 우리가 어떻게 사장인가” 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현행법상 선원법 적용을 받는 노동자들 경우 외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고, 항만예선지부 조합원들은 내항 노동자들이다.
이에 모란호 선장인 김강석 조합원은
“사측에서는 선원법상 선장은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없다라고 주장하는데 이것은 말도 안된다. 법규정에 항내만을 운항하는 예인선은 선원법 적용에 제외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 이미 법제처에서조차도 예인선은 선원법이 아니고 근로기준법 적용대상이 된다고 유권 해석을 내린 상황이다” 라며
“ 현재 여수, 광양, 인천항의 예인선 선장들도 합법적으로 노동조합에 가입되어 활동하고 있는데 왜 유독 부산 울산만 안된다는 건지 모르겠다” 라고 했다. 정말 답답 할 노릇이다.
법제처의 해석과 같이 예선노동자들을 근로기준법상의 노동자로 인정하고 하루빨리 이를 시행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예선사들에 대해서 강제조치를 해야 할 정부와 관계기관들은 오히려 예선사들이 합심하여 항만에 민주노조의 싹을 자르고 예선노동자들에 대한 전면적인 탄압을 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선장을 분리시키려 하는 것은 치사한 방법이다.

예선사들의 선원법 적용을 주장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근로기준법이 아닌 선원법을 적용하게 되면 근로시간 연장에 따른 시가외수당이라던지 유급휴가, 고용의무 준수등과 같은 사측의 비용을 그만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까지 나서서 예인선 노동자들에게 선원법을 적용하려고 법개악을 시도하는 것은 법을 잘 모르는 예선노동자들을 무시하고 기만하는 행위이다.
예인선 노동자들의 요구는 대단하지 않은 것이다. 노동조합 인정하라는 것이다.
그동안 노예처럼 살아왔던 이들이 지금이라도 좀 제대로 살아보자 싶어 만든 노동조합이다.이들에게는 너무나 소박하고 정당한 요구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소리에 예선사들은 오히려 직장폐쇄로 맞서고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지난 8월 20일 예인선 노동자들을 위한 서면 촛불문화제에서 만난 장은수 조합원은 기관장이다. 장은수 조합원은 얼마전 중학교 다니는 딸이 구깃구깃한 천원, 오천원짜리를 건내며“아빠, 꼭 승리해” 라고 했다면서 “이보다 더 값진 승리는 없을 것 같다” 라고 했다.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꼭 승리해서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겠다는 다짐을 하던 장은수 조합원의 얼굴이 아직도 선명하다.
예인선 노동자들은 태풍이 오는 날도 바다로 나간다.
심지어 해양경찰들도 귀항을 하는데, 예인선 노동자들은 목숨을 걸고 바다에 나가 선박들을 피항시켜야 한다.
그들이라도 왜 무섭지 않을까. 그들이라도 왜 자신의 목숨이 아깝지 않을까.
돌아가면 사랑스런 자식들과, 따뜻한 밥상을 내올 아내가 있는 이들이다.
이제라도 인갑답게 살고 싶다는 그들의 바램이 꼭 이러지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신고
Trackback 0 Comment 0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