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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8 11:15

노동조합은 투쟁을 먹고 자라는 나무

정관지역지회 SPX 현장위원회 대표 정응호

 

검은 제복의 씩씩한 사나이들

상쾌한 기분과 마음으로 출근해서 작업복 갈아입고, 커피잔 한손에 들고 담배한대 같이 피면서 어제 있었던 술자리이야기도 하고, 마누라와 싸웠던 이야기도 하고, 오늘 해야 할 작업이야기며, 성질 고약한 사람 뒷 담화도 하고....
이런 게 보통 회사 다니는 노동자들의 일상적인 아침풍경이며, 재미죠.
그런데 우리 SPX 노동자들은 이런 작은 행복을 잃어 버린지 한참 됐습니다.
회사 직원보다도 더 많은, 한번 본적도 없는 낯선 사람들.
한번 본적도 없는 검은 제복을 입은 젊은 남자들이 정문을 가로막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죠.
이 문을 통과하면 휴게실이며 식당이고, 작업하는 공장인데 그곳에도 이들은 죽치고 앉아있고 누워있습니다. 이들의 숙소라면서 들여온 컨테이너가 온 공장 마당을 메우고 있습니다.
누가 보면 SPX 노동자들의 작업복으로 착각할 정도로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검은색 옷밖에 없습니다.
노동자들의 천막농성은 들어봤으나 혹시 ‘사측에서 벌이는 컨테이너 철야농성투쟁’ 이라고 들어본 적 있나요?




용역직원 120명, 10대가 넘는 컨테이너!!!

도대체 어쩔 셈인지 모르겠네요. 노조 깨는데 9억 예산을 편성했다는 기가 찬 이야기도 있습니다.
7월 2일 SPX투쟁에 헬기까지 준비했다는 후문도 있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더 재미나는데 어쩌죠.
우리 20명을 상대하려고 9억을 쓰고 용역직원을 이 만큼 동원 했다는게 재미있잖아요.
이제껏 회사가 주면 주는데로, 시키면 하라는데로 살아왔던 노동자였는데 우리가 노조를 만들고 단결하니까 오히려 우리가 회사를 쥐락펴락 할 수 있다는 게 어찌 신나지 않겠습니까?
매일매일 모든 관심과 초점이 노조에서 오늘은 뭘 할까 이며, 노조에서 나눠주는 유인물이 베스트셀러고, 현장대표의 마이크 선전이 관심의 대상이고... 이쯤 되면 이미 우리가 SPX를 움직이는 주역이 된 거 아니겠어요.

지금 회사는 컨테이너를 용역경비 숙소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계속 상주시킬 모양입니다.
정말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죠. 120명의 용역경비로 인해 회사는 엉망진창이 되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만 한게 100명 인원에 맞춰진 회사에 250명이 상주하니까요. 회사는 이런 일은 예상 못했나 봅니다.
화장실이 막히고, 쓰레기로 어지럽혀 있고, 양말과 팬티는 아무 곳에나 널려 있으니, 이게 무슨 돗대기 시장도 아니고....
심지어 중식시간 밥 먹는 식당 의자에 누워서 잠을 자는 사람도 있고, 열 명 정도씩 대열을 지어 공장을 오가고 안 그래도 없는 휴게 공간, 유일한 휴게실은 아예 이들의 휴식공간이 되어 앉을 의자도 모자랄 지경이죠.
이걸 어찌 제조하는 공장이라 하겠습니까?

그동안 정든 일터의 주인은 SPX 노동자인데, 우리가 손님도 아니고 생산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작자들이 남의 보금자리를 차지하고 지나가는 여직원들을 음흉하게 쳐다보기도 하고, 온갖 공포감을 조장하고 있는데, 정작 주인인 SPX 노동자들은 뒷전에 밀려 있으니 말이나 됩니까?


7. 2 규탄집회를 계기로 우리가 우위에 섰습니다.

정말 기막혀하는 금속노조 타 사업장 조합원들은 한 목소리로 우리 공장 사측을 규탄하고 분노했습니다.
이 공장에 다니는 조합원들은 한편으로 창피해 하기도 했죠. 컨테이너로 꽉 막혀서 봉쇄된 정문과 줄잡아 120명이 넘는 용역직원들, 동원된 전투경찰들이 우리 회사의 주인인양 온 공장을 활개하고, 정작 이 회사의 주인인 직원들은 움추려져 곳곳에 흩어져 있었습니다.
사측의 철저한 준비 덕택에 금속노조의 투쟁을 막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건 완전 빗나간 평가이며 착각에 불과합니다. 왜냐하면, 사측의 엄청난 비용 투자의 명분이 없어져버렸으니까요.
폭력사태 예방을 위한 조처라고 했으나 우리는 평화적인 집회를 열었고, 우리 조합원들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작업을 하고 있는데 사측에서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우리가 이기고 있습니다.
조급해 진 것은 오히려 사측이 되었습니다.
매일 수 천만원이 들어가는 용역직원 동원을 얼마나 더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회사 임원들은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있을 겁니다. 다급해진 쪽은 사측으로 보입니다.
조합원들과 함께 세운 계획대로 사측은 그대로 움직이고 있으니까 우리는 급할 것도 없습니다.
투쟁을 하면 할수록 조합원들의 단결은 더욱 단단해 지고, 시간이 가면 갈수록 결의는 더욱 높아가고 있습니다.
“질기면 이긴다” 이게 요즘 조합원들 사이에 오가는 구호입니다.
우리도 우리가 이렇듯 단결하고 투쟁할 수 있을지 몰랐습니다.
노동조합은 투쟁을 먹고 자라는 나무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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